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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바라보는 집

YULSIGN 2024. 12. 2. 08:12

바닷가 작은 마을의 외딴 집에 서 있는 지유는 바람에 휘날리는 긴 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겼다. 햇살이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파도 소리가 귓가에 속삭이는 듯 했다. 이곳은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곳이었다.

오래전, 지유는 이 집에 살던 할머니와 함께 여름을 보냈다. 할머니는 늘 창가에 앉아 바다를 보며 무언가를 쓰곤 했다. 지유가 물었을 때마다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건 시간이 지나야 읽을 수 있는 글이란다. 나중에 네가 알게 될 거야.”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집은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그러나 몇 주 전, 낯선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할머니께서 남기신 유산이 있습니다. 바닷가 집의 열쇠와 함께 당신에게만 열람 가능한 일기장이 남아 있습니다.”

집에 도착한 지유는 긴장된 마음으로 낡은 열쇠를 돌렸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고, 먼지 냄새와 함께 익숙한 추억의 향기가 그녀를 감쌌다. 할머니의 손때 묻은 가구들, 창가에 놓인 낡은 타자기, 그리고 책장 한쪽에 꽂혀 있는 두꺼운 일기장.

지유는 일기장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익숙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녀와 할머니가 함께 보낸 시간,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 자신에 대한 예언 같은 글귀들이었다.

“지유야, 네가 이 글을 읽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네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삶은 때로 불확실하고, 길을 잃은 듯 느껴질 때가 있지만, 바다는 항상 답을 준단다. 네 마음이 흔들릴 땐 바다를 봐. 바다는 우리와 닮아 있으니까.”

일기를 읽던 중, 지유는 일기장 안에 작은 봉투가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봉투 안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과 낡은 지도가 있었다. 사진 속에는 젊은 시절의 할머니가 어떤 남자와 함께 서 있었고, 지도에는 마을 근처의 해변과 작은 십자가가 표시되어 있었다.